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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_그림이야기

따뜻하고 편안한 그림의 대가, 베르메르

by 토비언니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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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포스팅에 이어 렘브란트, 프란스 할스와 함께 17세기 네덜란드 바로크 미술의 3대 거장 중 하나로 손꼽히는 요하네스 베르메르(Johhanes Vermeer)의 작품 세계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는 다른 화가들에 비해 다루었던 주제도 한정되어 있고, 작품 수도 적으며(오늘날 남아있는 것은 총 37점이라고 합니다.), 작품의 크기도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일에 쌓여있는 그의 생애로 인해서 ‘델프트의 스핑크스’로 불리는 화가인 베르메르는 르네상스 화가 반 에이크와 같이 빛의 사용에 능란한 화가로 유명합니다.

 

'그의 삶을 모르고 오직 그의 작품으로만 알 수 있는 화가가 있다'라는 말로 그의 전기를 쓴 귀스타브 반 지트는 아마 인간 베르메르의 생애는 대중들이 모르겠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그의 작품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다른 화가들이 회색, 녹색, 갈색을 주로 사용하는 데에 비해 베르메르의 색채는 훨씬 더 맑고 부드러운 빛과 색깔의 조화로 강렬함을 주며, 조용한 정취나 정밀감 넘치는 평화로운 일상을 나타낸 그림을 주로 그리곤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사각형의 완벽한 구도를 통해 침착하고 안정된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의 특징은 절제에 있었습니다. 당시 화가들이 온갖 상징물을 집어넣고 기교를 부렸던 것에 반해, 그의 그림은 매우 간결했으며, 등장 인물도 대부분 한 두사람 정도로 어떤 특별한 행위를 하지 않은채 그저 화면 속에서 조용히 멈춰서있다는 점입니다. 

 

 

Girl with a pearl earring by Johannes Vermeer(ca 1665)/ 출처: Wikimedia Commons

 

 

모든 사람이 다 알 정도로 유명한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 Girl with a pearl earring>입니다. 네덜란드의 모나리자라 불리는 이 초상화는 윤곽선 없이 부드러운 색조 변화로 모델링한 기법이 레오나르도가 스푸마토 기법으로 그린 초상화를 연상시킵니다. 이 그림은 초상화가 아닌 트로니(Tronie) 곧, 특징적인 분장과 표정을 한 인물화로 볼수 있습니다. 특유의 노랑과 파랑색 의상과 터번 외에 왼쪽 귀에 달린 커다란 진주 귀고리는 단 두 번의 하이라이트적인 붓터치로 재현되었는데, 소녀의 얼굴과 머리에 표현된 화사한 빛과 조화를 이룹니다. 

 

베르메르는 자연스러운 빛의 효과를 활용하여 공간, 물체, 사람의 형태를 표현하는 데 두각을 나타냈는데, 마치 하이라이트를 준 부분들이 반짝거린 듯 보이는 푸앵틸레(Pointilles)라는 일종의 점묘법을 잘 활용한 화가였습니다. 이는 작은 점들을 엷게 칠해서 표현한 기법으로 멀리서 보면 전체적으로 그림에 어우러져 마치 빛 속에 조화롭게 녹아들어가는 듯 묘사되어 강조하고자 하는 이미지가 부각되어 보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까이 작품을 보면 각각의 점들은 모두 일일이 구분되며 이러한 기법은 후대 인상주의 화가들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The Milkmaid by Johannes Vermeer(ca 1660)/ 출처: Wikimedia Commons

 

 

다음은 당시 네덜란드 장르화에 많이 등장한 부엌그림 유형 중 하나인, <우유를 따르는 여인- The Milkmmaid> 입니다. 우유 떨어지는 소리까지도 들릴 것 같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와 창가에선 차분히 빛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빵을 중심으로 테이블 위에 사물을 표현하기 위해 베르메르는 특유의 점묘 기법을 사용했고, 이는 소묘에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검은 상자 반대편에 있는 사물의 영상을 투사하여 종이 위에 흔적을 남기는 장치인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물론 그는 정밀한 세부묘사에도 능했지만 단순히 그 원리를 이용해서 그림을 배끼지는 않았으며, 때로는 원근법도 과감히 왜곡하고 사물의 배치와 크기도 조정하였으며, 때때로 그림 표면위에 도드라지도록 점을 찍어 거칠고 진동하는 듯한 3차원적인 질감의 느낌과 두텁게 덧바른 임파스토(Impasto)방식의 유화 기법 등은 그림 속 빛의 반사율을 돕도록 시도 하였습니다. 

 

사실은 위 그림속 탁자도 뒤로 갈수록 폭이 넓어져서 원근법의 원칙과 어긋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정확한 투시원근법에 의하면 우유는 바닥에 떨어지게 된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다 의도적으로 표현했다는 듯 보이는 완벽한 형태의 구도와 능숙한 표현 방식은 보는 이로 하여금 베르마르를 대가로 인정하게 만들어버립니다.

 

가끔 평화롭고 조용한, 쉬고 싶은 일상을 보내고 싶을 때, 그때 찾게되는 그림은 아마도 베르메르의 그림일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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