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미술사_그림이야기

또 다른 초상화 - 누드화, Nude 인가 Naked 인가

by 토비언니 2023. 1. 8.
반응형

 

르네상스의 또 다른 배경 _ 베네치아 미술

 

제일 처음 소개되었던 야코포 틴토레토의 그림을 포함하여 우리에겐 베니스영화제로 잘 알려진 베네치아의 미술은 바다가 삶의 터전으로 매우 감각적이고 빛과 색채의 효과를 잘 살린 것이 특징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15세기에는 피렌체, 16세기 초에는 로마에 이어 16세기 중반에는 서양미술의 중심지로 떠오른 곳이 바로 베네치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티치아노(Vecellio Tiziano)라는 화가로, 나무판에 그려졌던 당시의 그림을 버리고 헝겊으로 만든 캔버스 위에 유화를 그린 최초의 인물로 유명합니다. 초기의 프레스코 몇 점을 빼고 그가 평생 사용한 재료는 유화로, 15세기 초부터 사용된 유화는 원래 나무판에 그려져 왔는데, 베네치아 화가들은 유화의 지지재로 배의 돛을 만들던 천인 캔버스를 도입했다고 합니다. 캔버스는 목재에 비해 비용도 저렴할 뿐만 아니라, 물감의 발림성이 좋아서 곧 다른 나라에도 퍼져 나무를 대체하게 되었는데 프레스코나 템페라와 구별되는 유화 특유의 잠재력과 표현력을 다양하게 실험하고 개발했다고 하네요. 

 

세밀하지 않은 붓 자국이 드러난 물감의 사용, 인물의 다양한 포즈, 배경과의 대비감에서 오는 인물의 섬세한 표정 등은 마치 그림 속 인물을 살아 숨쉬게 보였으며, 생동감 넘치는 그의 초상화는 당시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티치아노 작품을 가졌다고 자랑할 수 있는 보통 사람은 없다'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고 합니다. 

 

Bacchanal of the Andrians by Titian / 출처: Wikimedia Commons

 

<바쿠스의 축제 - Bacchanal of the Andrians>나 <신성한 사랑과 세속적 사랑 - Sacred and profane love>이란 그의 작품에서 보듯 현란할 정도로 대조적인 색채를 사용한점과 비대칭적인 구성과 실물과 같은 질감의 묘사를 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이것은 처음 캔버스 위에 따뜻한 느낌이 나는 붉은색의 소재로 칠하고, 인물과 배경을 원색으로 채색한 후에 그 위에 투명하게 희석한 유채물감을 30번 이상 겹쳐 발랐기에 나타나는 결과라고 합니다.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vs 마네의 올랭피아

Nude VS Naked? 다 똑같은 건 아닙니다.

 

사실 벌거벗은 몸을 그린다는 누드화라는 장르는 동양에서도 그렇지만 물론 서양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앞서 보여드린 보티첼리의 그림과 같이 르네상스 이후 벌거벗은 몸을 연구하고 표현하는 것 또한 예술에서 중요한 과제임을 느끼게 된 결정적 이유는 Nude 와 Naked의 구분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Naked는 순수하게 벌거벗은 몸뚱이를 말하는 반면, Nude는 벗은 몸에 예술이라는 옷을 입었다는 의식이 있었기에 균형 잡히고 이상적인 나체인 것이었습니다.

 

The Venus of Urbino by Vecellio Tiziano/ 출처: Wikimedia Commons

 

1538년도에 제작된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 The Venus of Urbino>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점은 이 전까지 고개를 살며시 돌리고 다른 곳을 응시하는 전통적인 비너스의 표현과는 달리, 티치아노의 여인은 감상자들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런 표현 방식은 그 후로 서양미술에서 여성 누드와상을 그리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그 영향을 받았지만 대조적으로 평가를 받은 마네(Edouard Manet)의 <올랭피아 - Olympia> 작품을 살펴 보겠습니다.

 

Olypia by Edouard Manet /출처: Wikimedia Commons

 

티치아노의 작품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이상화된 몸매에 고전적인 아름다움의 요소를 얼굴 표정이나 주변 분위기에도 반영한 반면, 후대에 등장한 마네의 유명한 작품 올랭피아는 신랄한 비판과 함께 마네의 화가 인생에 장애를 가져올 만큼 당대의 논쟁이 되었습니다. 여인의 목에 걸린 띠는 당시 무희나 창부가 하던 패션이며, 그녀 뒤로 자리한 하녀가 받아 든 꽃다발은 남자손님이 찾아왔음을 암시합니다. 티치아노 그림에선 충성을 상징하는 '개'를 그린 반면 마네의 그림에 있는 꼬리를 반짝 세운 '고양이'는 성적인 연상이 짙게 깔려있다고 하는데요. 전통적인 누드의 이상미를 봐오던 사람들에게 한마디로 Naked에 가까운 마네의 문제작 올랭피아는 임산부관객의 출입까지 통제할 만큼 논란을 가져오다 결국 그가 숨지고 후세에 와서야, 독창적인 그 만의 붓놀림과 당시 귀족들의 사생활을 신랄히 비판해온 작품성에 큰 인정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뚝뚝하게, 씩씩하게(?) 정면을 응시하는 <올랭피아>보다 <우르비노의 비너스> 여인의 그윽한 눈빛이 더 섹시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