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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_그림이야기

아름답지만 무서운 르네상스 미의 기준

by 토비언니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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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무서운(?) 美의 기준을 가진 보티첼리의 그림들

 

 

오늘은 르네상스 시대의 최초 누드화이자 수많은 비너스 그림 중 가장 유명한 1485년작 보티첼리(Sandro Botticelli)의 비너스의 탄생(The Birth of Venus)이란 그림으로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Sandro Botticelli, the Birth of Venus, 출처:Google Art Project, Wikimedia Commons

 

이전의 중세시대에는 금기시되었던 누드화가 르네상스시대에 들어서면서 예술가들이 즐겨 그리는 주제 중 하나로 바뀌게 되었고 어느새 누드화는 죄없음이나 순수함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그림에서 보면 조개를 밟고 있는 비너스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지만 전혀 저속해 보이지 않는게 특징입니다. 바로 긴 머리카락과 손을 이용해서 가슴과 아랫부분을 가리고 있기 때문인데요. 전통적으로 이 자세를 일컬어 ‘정숙한 비너스’ (Venus Pudica)라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인 겁니다.

 

작품 제목에서 이미 힌트를 주고는 있지만 비너스가 바다에 떠있는 이유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좀 끔찍한 스토리이긴 하지만 그리스 신화 속에서 보면 하늘의 신 우라노스의 아들인 크로노스는 자기 아버지의 성기를 거세해서 바다에 던져버립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한 뒤 제우스를 낳게 되고요. 이 거세된 성기는 바다를 떠다니다 정액이 섞인 거품을 내뿜는데 그 거품에서 바로 비너스가 태어나는 것이죠. 그래서 비너스의 그리스어 이름인 아프로디테는 '아프로'- 즉, 거품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것이고요. 이때 비너스는 막 땅에 도착하고, 옆에서 입으로 바람을 불어주는 남자는 서풍의 신 제피로스이고, 매달려 있는 여자는 그의 아내 꽃의 여신 플로라로 꽃을 뿌려주고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계절의 여신 호라이가 옷을 입혀주려 하면서 아름답게 단장시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그림은 로렌초 메디치가 보티첼리에게 결혼 기념으로 주문한 그림이었다고 하는데, 비너스의 실제모델은 로렌초의 연인이자 당대 피렌체의 최고 미녀였던 시모네타의 얼굴을 그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얼굴은 지나치게 작게 그려져서 8:1의 이상적인 황금비율은 찾기 힘들고, 목은 길고 휘어져 있어 비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의견도 있고요. 다산의 상징으로 피하지방이 불룩 튀어나오게 그려진 그녀의 배는 그 당시 추구하던 이상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을 보여주고 있다고 하네요.

 

 

재미 삼아 로코코시대 비너스는 어땠을지 살펴보겠습니다. 부셰(François Boucher)의 1750년 작품으로 앞의 비너스처럼 전라의 모습이 아닌 대충 옷으로 가리고 있지만, 좀 더 포동포동한 모습에 조금은 관능적인 얼굴 표정을 하고 있으며, 이완 대조적으로 아기 천사들은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Venus Consoling Love by François Boucher, 1751/ 출처: Google art project/ Wikimedia Commons

 

그럼 근대의 비너스는 어떨까요? 카바넬의 1863년 작에서는 훌륭한 볼륨과 잘록한 허리를 가진 요즘 남성들이 열광하는 비너스의 몸매로 변화하고 있고요. 다음은 진정한 s라인의 이효리를 연상케 하는 부그로(William-Adolphe Bouguereau)의 1879년도의 작품입니다. 로마시대 작품에서 흔히 보여지는 콘트라포스토 자세로 몸에 무게중심을 한쪽 다리에 두고 무게를 두지 않는 다리는 굽으며 전체적으로 물결 모양의 s자 몸매로 특징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The Birth of Venus by William-Adolphe Bouguereau, 1879/ 출처: Google art project/ Wikimedia Commons

 

다시 보티첼리로 돌아가보겠습니다. 비너스의 탄생처럼 로마신화를 주제로 그린 그의 작품들을 사람들은 흔히 서정적인 시와 같다라고 일컬으며 찬사를 보냅니다. 그런데 성스러운 그림을 그리기로 유명했던 그의 초년작품과는 달리 후반기로 갈수록 그림의 스타일이 크게 변화되었고, 그의 숨은 그림 중에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나스타조 델리 오네스티의 이야기(The Story of Nastagio degli Onest)>란 서스펜스 호러 장르와 같은 작품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The Story of Nastagio degli Onest (four panels) by Sandro Botticelli, 1483 /&nbsp;출처: Google art project/ Wikimedia Commons

 

총 4개의 패널로 제작된 이 작품 중 첫 번째 이야기를 감상하시겠습니다.

이탈리아의 작가 보카치오가 쓴 소설 <데카메론>에는 나스타조라는 청년이 등장합니다. 그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고백을 했다 거절당한 청년으로 어느 날 산책을 하며 끔찍한 광경을 목격합니다. 백마를 탄 기사가 칼을 들고 여자를 쫓고 있는데 사냥개들이 여자에게 달려들어 여자를 물어뜯고 있습니다. 나스타조는 급하게 나뭇가지라도 들고 그녀를 구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마는데요. 그가 본 것은 실제가 아닌 환영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것이 2번째 나스타조의 모습인 거고요. 2번째 시리즈에서는 결국 여자는 쓰러지고 기사는 여자의 등을 갈라 내장을 꺼냅니다. 그러곤 그것을 개들에게 던져주고, 그것을 본 나스타조는 질겁을 하고 도망갑니다. 그러나 뒤편에선 또다시 도망치는 여자와 그녀를 쫒는 기사와 개들이 보일 겁니다. 영원히 반복되는 환상인 것이었죠. 그 이유는 여자가 살아있을 때 그 기사의 청혼을 거절했다가 기사가 자결을 하게 되고, 그 벌로 여자는 매일같이 이렇게 반복적으로 쫏기며 내장을 뜯기는 저주에 걸린 것이라 하는데요. 이것을 본 나스타조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3번째 그림으로 넘어갑니다. 나스타조는 꾀를 내어 자신의 고백을 거절한 여자와 그녀 가족들을 공포의 그 숲으로 식사초대를 합니다. 악몽 같은 환영이 보이는 그 시간이 돌아오자 어김없이 쫏기는 여자와 기사, 개들이 나타나 식사하는 곳은 아수라장이 되었고요. 이 와중에 나스타조와 한 여인의 눈이 마주치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녀가 바로 그가 짝사랑한 그녀임을 알게 됩니다. ‘나와 결혼하지 않으면 이 꼴로 만들어주겠다는 그의 굳은 다짐이 묻어 나오는 듯합니다.’

 

마지막 엔딩 그림을 보시죠. 결국 나스타조가 원하는 여인과 결혼식을 올리는 장면이 보여지고, 이 작품에서 행복해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 보입니다.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은 나고는 있지만 왠지 찜찜한 이 작품을 당시 보티첼리는 신방을 장식하는 결혼 축하그림으로 그렸다고 하는데요.

 

당시엔 이런 잔인한 이야기들이 인기있는 소재였다고 하니 잘 이해가 되진 않지만 이 정도의 그림을 걸어둔다면 확실히 한 눈 팔지 않는 결혼생활이 될 거란 생각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무섭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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