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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_그림이야기

16세기 야코포 틴토레토의 은하수의 기원 (르네상스, 매너리즘, 베네치아파)

by 토비언니 2023. 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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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분위기도 전환할 겸 조금 야한(?) 아니 어쩌면 조금은 몽환적인 그림 감상으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이번에 보시는 그림은 16세기 이탈리아 화가 야코포 틴토레토 (Jacopo Tintoretto)의 은하수의 기원 (The origin of the milky way)이란 작품입니다. 현재 National Gallery, London에 소장 중인 작품입니다. 

Jacopo Tintoretto - The Origin of the Milky Way - 출처:Google Art Project/Wikimedia Commons.

 


고대 신화를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여인의 누드와 주변을 에워싼 아기 천사들, 검푸른 하늘과 옷감의 화려한 색채, 그리고 빛과 형태의 조화에서 대개 모든 사람은 이 그림을 보고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곤 합니다. 

그런데 이 그림을 조금 자세히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가 이 그림이 화사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바로 삼원색의 대비 때문일 겁니다. 붉은색의 천, 검푸른 하늘, 황금빛을 띠는 사람들의 몸 색깔에서 우린 색채의 화려함을 느낍니다. 일반적으로 색채에서 붉은색은 모두 아시는 것처럼 열정과 사랑, 쾌락의 감정을, 노란색은 유쾌함과 낙관, 그리고 친절을 의미하고, 파란색은 평화와 우정, 조화의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렇다면 이 그림에서 구도는 어떨까요? 여인의 포즈가 비스듬히 뉘어있고 이런 그녀에게 아기를 들고 다가가는 남자가 대각선으로 엇갈리게 놓임으로써 X자형 구도를 이루어서 운동감과 통일감을 주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평 구도는 안정감과 정적인 느낌을, 수직 구도는 엄숙미와 상승함을, 사선 구도는 불안정한 느낌과 진취성을, 역삼각형은 불안정하면서 통일감을 주게 되는데요. 그 주변에는 아기 천사들이 원처럼 둘러싸여서 조화를 이룹니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가 이 그림의 주제를 한번 살펴볼까요?

이 그림은 짐작하시는 것처럼 제우스와 헤라 여신, 아기 헤라클레스가 등장하는 고대 그리스 신화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알크메네라는 인간 여인에게 반한 제우스는 아들 헤라클레스를 낳았고, 이 일로 화가 난 헤라 여신은 어떻게든 헤라클래스를 죽이려 시도하게 되는데요. 그러자 화를 당하게 될까 봐 두려워한 알크메네는 헤라클레스를 버리게 되었고, 아들이 굶어 죽는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던 제우스는 헤라클레스를 겁도 없이 아내 헤라의 처소로 몰래 데리고 오게 됩니다. 헤라가 잠이 들어있는 틈을 타 아기를 젖을 물리게 되었고 배가 고팠던 헤라클레스는 젖을 힘껏 빨게 되고, 이에 헤라는 잠에서 깨어납니다. 이에 다급해진 제우스가 아기를 강제로 떼어내는 순간 헤라의 젖은 하늘로 분수처럼 솟구쳤고 하늘에 박힌 젖은 무수한 별들의 군집인 은하수로 변하고, 땅에 떨어진 젖은 백합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은하수라는 말이 Milky Way로 불리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동화 같으면서도 아름다운 해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그림이 그려진 시기는 어떨까요? 

1570년이라고 전해지고 있고요. 이 시기는 중세 기독교 시대가 저물고 르네상스 시대 후기로써 고전에 대한 이해가 확대되어 그리스·로마 신화를 주제로 한 그림들이 그려질 수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바로 중세 시대에는 상상도 못 할 누드화가 인문주의의 승리로 그려질 수 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그림을 그린 작가 야코포 틴토레토는 티치아노와 더불어 일명 베네치아파에 속한 화가로 피렌체와 로마에서 활약했던 화가들이 서사적인 주제로 그렸던 반면, 해안도시 베네치아 학파는 따스하게 비추는 햇살이 물결에 반사되는 것을 보아오던 영향에서 인지 강렬한 명암대비와 색채, 질감, 극적인 구성으로 그림을 그리곤 했습니다. 



이렇듯 그림을 처음 감상할 때, 단순히 일차적인 시각적 유희의 단계에서만 그칠 수 있던 그림이 약간의 해설이 덧붙여지면 보는 사람의 감상 폭을 조금 더 넓힐 수 있게 도와줍니다. 그림 속에 녹아있는 상징과 기호를 해독하는 것이 미술사라고 한다면,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그림을 감상하는 ‘보는 그림’도 중요하지만 ‘읽는 그림’ 역시 시각적 대상에서 해석이라는 것을 거쳐 관념적 대상으로 탈바꿈되는 것일 겁니다. 

그렇지만 보는 그림의 즐거움으로 미술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켜야 하는 일반인들에게 있어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흔히들 19세기 이후의 인상파의 미술작품에서 서양미술 감상의 시작을 권유하곤 합니다. 그 이유는 이때의 그림들은 대부분 복잡한 종교나 신화의 이야기가 아닌, 현실과 일상의 평범한 소재의 그림이 그려진 ‘낭만주의’ 때의 작품들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오늘 소개한 틴토레토 (1518년~1594년) 작가에 대해 추가로 언급하자면, Tintoretto는 그의 필명이고 본래 그의 성은 Robusti였습니다.

그는 아버지의 직업인 염색공(이탈리아어로 tintore)에서 Tintoretto라는 이름을 따왔습니다. 베네치아 화파로 알려진 이탈리아 화가로 그의 동시대인들은 그가 그리는 속도와 그의 붓놀림의 전례 없는 대담함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비판했습니다. 그림에 대한 그의 경이로운 에너지 때문에 그는 Il Furioso ("The Furious")라고 불렸습니다.

그의 작품은 매너리즘 스타일의 근육질 인물, 극적인 몸짓, 대담한 원근법 사용이 특징입니다. 19세기의 '성 마르코의 기적' 그림은 이러한 유형의 작업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습니다. 또한 그는 자기의 경력 동안 베니스에서 가장 많은 초상화를 그린 화가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는 이전의 자화상에서 관례적인 지위의 장식 없이 자신을 표현하였으며, 이미지의 비공식 성, 피사체 시선의 직접성,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대담한 붓놀림은 혁신적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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